백야드에 연기가 오른다. 누군가 맥주캔을 따고, 누군가는 고기를 뒤집고, 누군가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사실은 어쩌다가 여기까지 흘러들어왔는지 확인하는 과정) 우리는 가끔 이렇게 모인다. 키친에서 가볍게 맥주 한잔 하거나, 백야드에 모여 고기를 굽거나. 동네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아는 한국사람들이나 유학생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기도 한다.
파티를 하다보면 당연히 스몰톡을 하게 되는데, 서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할 말이 별로 없다. 그러다 보면 아무말이나 하게 된다. 눈에 보이는 옷 이야기, 외모이야기, 카톡에서 본 이야기, 모르는 연예인 소문 등등을 내뱉는다. 사실 이런 것들이 스몰톡의 주요 주제이기는 하다. 하지만 했던 이야기를 또 해도 기억 못하고,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흔한 이야기를 옮겨오고, 상대의 옷이나 외모를 품평한다. 이런 징후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하는 말이다. 서로에게 별 관심이 없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 나는 별로 특별한 일이 없었다는 것. 어떤 이는 거기에 안도하고, 어떤 이는 실망한다.
스몰톡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나 자신의 별볼일 없음을 효과적으로 숨기고, 그나마 좋았던 어떤 일을 잘 포장해 보여주는 일. 이렇게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느 순간 말하고 있는 나와 진짜 나가 분리되는 기분이 든다. 입은 움직이는데 뒤에서 그걸 듣고 있는 내가 있다.
머리 한쪽에서는 이런 생각이 떠돈다. 내가 당신과 대화를 나누는 이유는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다. 내 생각의 흐름과 속도를 당신과 맞춰가기 위해서. 당신을 좀 더 잘 알고 싶어서. 친구가 되고 싶어서. 곱씹어 배울거리를 남기기 위해서.
그저 인터넷에서 들어본 이야기, 유튜브에서 본 이야기, 남이 하던 이야기를 재생산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소모적인 이야기를 할거면 유튜브를 봐도 되는데, 재미없고 짤도 없는 당신과 굳이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
얼마전 파티에서 가장 좋았던 이야기는 자기 로프트를 직접 개조한 이야기였다. 몇년에 걸쳐 조금씩, 직접 하나하나. 시멘트로 바닥을 만들고, 나무를 세우고, 지붕을 올리고. 그 사람이 아니면 들을 수 없는 생생한 이야기.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떤 충족감이 올라왔다. 유튜브에서도 구글에서도 찾을 수 없는, 살아있는 사람의 이야기이어서.